가을이면 노란 잎이 비처럼 쏟아지는 계절, 그 황금빛 순간을 만날 수 있는 국내 대표 은행나무 명소 3곳을 소개합니다. 원주 반계리, 홍천 은행나무숲, 경주 운곡서원의 고즈넉한 풍경 속으로 함께 떠나봅니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도시의 거리는 점점 금빛으로 화려하게 물들어 갑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은행나무가 있습니다. 햇살에 반짝이는 노란 잎과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의 향기는 잠시 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이번 가을에는 전국 곳곳에서 가장 아름답게 물드는 은행나무길 세 곳을 찾아가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천년의 시간을 품은 고목, 사랑으로 가꾼 숲, 고요한 서원의 정취가 어우러진 세 장소입니다.

천년의 시간을 품은 나무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문막읍)
강원 원주 문막읍의 조용한 마을 한가운데에는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선 거대한 은행나무가 있습니다. 수령 약 1,300년,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로 알려진 반계리 은행나무입니다. 높이 33m, 둘레 14m에 달하는 압도적인 크기와 그 위엄은 한눈에 보는 이의 숨을 멎게 합니다.
전설에 따르면 한 스님이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았는데, 그 지팡이가 자라 지금의 나무가 되었다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예부터 이 나무를 수호목(守護木)으로 모시며 풍년과 안녕을 빌어왔습니다. 최근에는 광장이 정비되어 나무 주변으로 산책로와 휴식 공간이 조성되었고, 10월 주말마다 열리는 ‘청량 버스킹’ 공연이 낭만적인 분위기를 더하고 있습니다.
[방문 안내]
- 📍 주소: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문막읍 반저리2길 42
- 🕐 이용시간: 상시 개방
- 💰 입장료: 무료
- 🚗 주차: 가능
- 🍂 절정 시기: 10월 중순 ~ 11월 초순

단 한 달만 열리는 황금빛 비밀의 숲
홍천 은행나무숲 (강원도 홍천군 내면 광원리)
강원도 홍천 내면의 산자락 아래에는 단 한 달 동안만 공개되는 숲이 있습니다. 바로 홍천 은행나무숲입니다.
이곳은 병든 아내의 쾌유를 기원하며 남편이 30년 넘게 가꿔온 숲으로, 현재는 2,000여 그루의 은행나무가 황금빛 터널을 이루고 있습니다. 아침 햇살이 스며드는 시간대에는 나뭇잎이 유리처럼 빛나고, 오후에는 따스한 금빛으로 숲 전체가 물듭니다. 숲길은 평탄하고 폭이 넓어 아이들과 함께 걷기에도 안전하며, 바닥에 깔린 은행잎 카펫은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삼봉약수, 구룡령, 내면계곡 등 주변 명소와 연계해 하루 코스로 여행하기에도 적합합니다.
[방문 안내]
- 📍 주소: 강원특별자치도 홍천군 내면 광원리 686-4
- 🕐 개방시간: 10:00~17:00
- 💰 입장료: 무료
- 🚗 주차: 무료 주차 가능
- 📅 개방 기간: 매년 10월 한 달
🌟 Tip: 주말에는 입장객이 많으므로 오전 시간 방문을 추천합니다. 이른 시간의 햇살 속 은행잎은 가장 맑은 금빛을 띱니다.

정자의 고요와 함께 물드는 풍경
경주 운곡서원 유연정 은행나무 (경상북도 경주시 강동면)
경주의 강동면에 자리한 운곡서원은 조선시대 유학자 이언적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서원입니다. 이곳의 중심에는 약 400년 된 은행나무 한 그루가 유연정(流淵亭) 앞을 지키고 있습니다.
가을이 오면 잎이 황금빛으로 물들며 정자와 함께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마치 수묵화 속 장면처럼 고즈넉한 풍경을 자아냅니다. 바람이 불면 낙엽이 천천히 떨어지며, 서원의 정적 속에서 잎 부딪히는 소리만 들려 옵니다. 관광객의 발길이 붐비지 않아 한적한 산책과 사색을 즐기기에 제격이며, 인근의 양동마을·단석산과 함께 둘러보면 더욱 깊은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방문 안내]
- 📍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강동면 사라길 79-13
- 🕐 이용시간: 상시 개방
- 💰 입장료: 무료
- 🚗 주차: 소형차 80대 가능
- 🍂 절정 시기: 11월 초순

은행나무는 짧은 시간 동안 가장 찬란한 빛을 내는 나무입니다. 붉은 단풍보다 더 따뜻하고, 초록의 숲보다 더 고요한 그 노란 빛은 가을의 마지막 인사처럼 느껴집니다. 이번 주말에는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은행잎이 만든 황금빛 길 위를 걸어보시기 바랍니다. 어느 순간, 당신의 마음에도 작은 햇살이 스며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