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에도 세계 박물관 부동의 1위를 지킨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악명 높은 웨이팅을 피하는 비밀의 입구부터 모나리자, 비너스 등 3대 걸작을 효율적으로 정복하는 관람 코스, 그리고 놓치면 후회할 숨은 명작까지. 파리 여행의 필수 코스 루브르를 가장 똑똑하게 즐기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지난 시간, 우리 국립중앙박물관이 세계 3위에 올랐다는 가슴 벅찬 소식을 전해드렸었죠. 오늘은 그 국립중앙박물관조차 아직 넘어서지 못한 거대한 산, 명실상부한 세계 1위 루브르 박물관(Musée du Louvre)으로 여러분을 안내하려 합니다. 2025년 기준으로도 연간 8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간 루브르는 단순한 박물관이 아닙니다. 과거 프랑스 왕들의 궁전이었던 이곳은 그 자체로 거대한 역사이자 예술입니다. 소장품만 약 38만 점, 모든 작품을 1분씩만 봐도 꼬박 3개월이 걸린다는 이야기는 결코 과장이 아니죠. 그렇기에 아무런 준비 없이 갔다가는 수많은 인파에 치여 모나리자 이마만 보고 지쳐서 나오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오늘 제가 알려드리는 '루브르 생존 가이드'만 기억하신다면, 남들보다 여유롭게 그리고 핵심만 쏙쏙 뽑아 루브르의 진면목을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파리의 낭만과 예술의 향기가 가득한 루브르로 함께 떠나보실까요?

1. 입장부터 전략이다: '피라미드' 말고 '카루젤'로
루브르 관람의 성패는 '입장'에서 갈립니다. 대부분의 관광객은 메인 입구인 유리 피라미드 앞으로 향합니다. 물론 유리 피라미드는 루브르의 상징이지만, 이곳의 대기 줄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깁니다. 땡볕 아래서 1시간 넘게 기다리다 보면 관람도 전에 진이 빠지기 마련이죠.
여기서 첫 번째 꿀팁! 지하 쇼핑몰과 연결된 '카루젤 뒤 루브르(Carrousel du Louvre)' 입구를 이용하세요. 지하철 1, 7호선 Palais Royal-Musée du Louvre 역에서 바로 연결되는 이곳은 상대적으로 대기 줄이 훨씬 짧고 쾌적합니다. 보안 검색을 마치고 들어가면 거꾸로 된 유리 피라미드(Inverted Pyramid)가 여러분을 맞이하는데, 이곳 또한 영화 '다빈치 코드'의 배경이 된 멋진 포토존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사전 예약'입니다. 2025년 현재, 루브르는 현장 발권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여행 일정이 정해지면 공식 홈페이지에서 시간 지정 티켓(Time Slot)을 예매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특히 오전 9시 첫 타임이 가장 한산하니 아침 일찍 서두르는 부지런한 여행자가 승리자가 될 수 있습니다. 현지 도슨트 투어를 예약하여 이용하는 것도 좋은 관람 방법입니다.

2. 루브르 3대장 정복하기: 니케, 비너스, 그리고 모나리자
방대한 루브르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우선순위를 정해야 합니다. 입장을 마쳤다면 지체 없이 드농관(Denon Wing)으로 향하세요. 루브르의 하이라이트인 '3대장'이 모두 이곳에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계단 위에서 뱃머리를 박차고 날아오르는 듯한 '사모트라케의 니케(Winged Victory of Samothrace)'입니다. 머리와 팔이 없는 조각상이지만, 바람에 휘날리는 옷자락의 섬세한 표현과 역동적인 에너지는 보는 이를 압도합니다. 정면뿐만 아니라 측면에서 바라보며 날개의 웅장함을 느껴보세요. 나이키(Nike) 로고의 영감이 된 바로 그 작품입니다. 니케를 지나 조금 더 이동하면 '밀로의 비너스(Venus de Milo)'가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황금비율의 정석이라 불리는 이 조각상은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훨씬 크고 입체적입니다. 360도를 돌며 S자 곡선의 아름다움을 감상해 보세요.


마지막은 역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Mona Lisa)'겠죠. 다 아시는 이야기이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모나리자 앞은 항상 전쟁터입니다. 방탄유리 속에 있는 작은 그림을 보기 위해 수백 명이 몰려 있죠. 여기서 팁을 드리자면 억지로 맨 앞줄로 파고들기보다 조금 뒤편에서 줌(Zoom)을 활용해 감상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그리고 모나리자 바로 맞은편 벽에 걸린 거대한 그림 파올로 베로네세의 '가나의 혼인 잔치'를 절대 놓치지 마세요. 루브르에서 가장 큰 그림 중 하나인 이 작품은 압도적인 스케일과 화려한 색감으로 모나리자와는 또 다른 감동을 줍니다. 많은 분이 모나리자만 보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시는데 진짜 보석은 등 뒤에 있습니다.


3. 놓치면 후회할 '숨은 명작'과 프랑스 회화의 정수
3대장을 보셨다면 이제 한결 여유로운 마음으로 프랑스 회화의 걸작들을 감상할 차례입니다. 드농관 2층의 '프랑스 대형 회화 전시실'은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공간입니다.
이곳에는 학창 시절 미술 교과서에서 봤던 으리으리한 명작들이 가득합니다.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은 프랑스 혁명의 뜨거운 열기를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깃발을 든 여신의 강렬한 눈빛과 역동적인 구도는 실제 눈으로 봤을 때 그 힘이 배가 됩니다. 바로 옆에는 다비드의 대작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이 걸려 있습니다. 가로 10m에 달하는 이 그림은 웅장함 그 자체입니다. 그림 속 인물들이 거의 실물 크기라 마치 대관식 현장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죠. 나폴레옹이 스스로 왕관을 쓰는 장면이 아니라, 황후 조세핀에게 왕관을 씌워주는 장면을 택한 정치적 의도를 생각하며 보면 더욱 흥미롭습니다.

조각을 좋아하신다면 안토니오 카노바의 '에로스의 키스로 되살아난 프시케'를 꼭 찾아보세요. 대리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부드러운 피부 질감과 사랑스러운 두 연인의 포즈는 로맨틱함의 절정입니다. 빛이 들어오는 각도에 따라 대리석이 투명하게 빛나는 모습은 정말 환상적입니다.

4. 루브르를 '우아하게' 마무리하는 법: 야경과 카페
박물관 관람은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큽니다. 다리가 아파질 때쯤이면 박물관 내 카페에서 잠시 쉬어가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카페 마를리(Le Café Marly)'는 비록 가격은 높은 편이지만 유리 피라미드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에스프레소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뷰 포인트를 제공합니다. 테라스 자리에 앉아 분주한 관광객들을 바라보며 잠시 귀족이 된 기분을 느껴보시는 것도 여행의 묘미겠죠. 가성비를 원하신다면 박물관 내 '폴(Paul)' 샌드위치 가게도 훌륭한 선택입니다.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면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을 겁니다. 루브르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밤에 시작됩니다. 어둠이 내리고 유리 피라미드에 황금빛 조명이 켜지면 낮과는 전혀 다른 신비로운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2026년에도 변함없이 전 세계 사진가들이 사랑하는 이 야경을 배경으로 '인생샷'을 남기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해 보세요.

100번을 가도 새로운 곳, 루브르
루브르 박물관은 한 번의 방문으로 모든 것을 보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비로소 보이는 곳입니다. 오늘 소개한 코스는 루브르의 아주 일부인 '맛보기'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핵심 코스만 제대로 소화하셔도 "나 루브르 좀 다녀왔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으실 거예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유명한 작품 앞에 섰을 때의 내 느낌, 그리고 수백 년의 시간을 건너온 예술가와의 교감입니다. 세계 1위라는 타이틀 뒤에 숨겨진 예술의 깊이를 천천히 음미하는 여행이 되시길 바랍니다.